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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비대위원장 "의협, 발전적 해체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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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작성일 2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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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진료·의대생 교육·전공의 수련 현장서 소통 앞장
"대전협 7대 요구안 존중하지만 국민에게 설명 필요"
"의료현안 알리고 해결방안 제안받는 상설 시스템 구축"
편집자주
의료사태 장기화 와중에 자중지란에 빠졌던 대한의사협회가 내년 1월초 보궐선거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임현택 전임 회장 탄핵 이후 난맥상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로 추스르고 있으나, 의료사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의정 협의는 차기 의협 회장이 주도하게 된다. 아시아경제는 보궐선거 출마 후보들의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 두번째는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다.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소아 신장질환을 진료한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3기 비대위원장을 맡으며 서울대 교수들을 대표해 의정 갈등 현안과 관련한 목소리를 내왔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 배경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서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 배경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입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최태원 기자

아시아경제는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강 위원장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차기 의협 운영방안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의정 갈등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의협 회장 보궐선거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의료사태를 조금이라도 호전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은 책임방기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부가 바뀌어야 하지만 전혀 움직임이 없다. 그러니 의료계에서라도 새로운 인풋으로 사태를 변화시켜 보고자 한다. 또한 의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교수 출신 회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교수들이 의료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하지만 지금껏 현직 대학교수가 의협 회장에 당선된 전례가 없다. 깨진 의료계 내 직역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 어떤 목표와 공약을 제시할 것인가.

▲의협 의사 결정 구조의 변경과 발전적 해체다. 의협엔 회장단 외에도 대의원회가 있다. 대의원은 회비를 낸 이들의 수에 비례해서 배출되게 돼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회비를 내지 않는 의사들도 상당수다. 회비를 낸 이들만이 아닌 전체 회원 비율에 따른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 대의원회의 정상화를 하고자 한다.

외국 사례를 보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단체는 있지만 그 목표는 '국민의 건강 증진'이다. 의사 이익집단은 따로 존재한다. 직역별로 소위 복수의 의협이 있는 꼴이다. 발전적 해체를 통해 이런 방향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정부가 올바른 의료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의료계가 정책을 제시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의료계가 정부를 끌어가는 시스템이다. 다만 정책 수립 시 의사뿐 아니라 의료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의견도 많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

-그간 정부와 대화에 나서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의협 회장이 되면 대정부 스탠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충분히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봐도 안 된다면 또 다른 수단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의료계와 정부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한 상태다. 사소하게 같은 단어라도 받아들이는 뜻이 다르다. 일례로 의사들은 근무한 후 '인계'를 하고 퇴근한다. 이후 환자에 대한 책임은 인계를 받은 의사에게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인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더라. 전공의가 어떻게 환자를 떠날 수 있느냐고 하는데 인계를 했으니 더 이상 전공의들에게 책임은 없는 것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교수들의 환자를 본 것이지, 자기 환자를 본 것도 아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7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어떻게 보는지.

▲7대 요구안을 존중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 같다. 왜 7대 요구안을 주장하는지, 일반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게 알릴 필요가 있다. 비대위원장으로서 소비자단체와 공동행동에 나서며 느낀 바가 있다. 이들 역시 처음엔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지난 9월부터 매주 두세시간씩 미팅을 하면서 지금은 의료계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같이 설득하고 알리는 노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고,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비대위에서 내년 의대 모집 전면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어떻게 보시나.

▲의대 교육이 제대로 돼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어떻게 제대로 하냐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의견과 방법이 있다. 다만 지금 정부가 "무조건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식으로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다.

의대생들의 향후 10년의 고통을 줄여줘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옳은 방법일지는 논의해봐야 한다. 여러 이해관계자뿐 아니라 이해관계가 없는 이들까지 다 모여서 집단 지성을 발휘하면 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본다. 여러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공론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회장이 되면 이같이 갈등을 빚는 의료 현안에 대해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께서 어떤 방안이 최선인지를 제안해주는 상설 시스템을 만들고자 한다.

-차기 집행부에 가장 요구되는 것이 사직 전공의들과의 협력이다. 어떤 복안을 갖고 있나.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이 어떤지가 사실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우선 열린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병원 사직 전공의들과 소통해오며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젊은 동료와 학생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많은 젊은 동료들이 들어와 함께 대화할 기회를 자주 만들고자 한다.

-의료사태 해결의 데드라인이 있다고 보나.

▲데드라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 의료사태는 우리 의료체계가 병들어서 생긴 문제다. 어떻게든 고쳐서 살려놔야 하지 않겠나. 포기할 수는 없다. 이렇게 해서 안 되면, 저렇게도 해보는 식으로 살아날 때까지 계속 시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수능이 이미 끝났다. 내년 의대 정원 규모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모두가 모여 논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처럼 수험생 부모만 만나고 의대생 부모는 만나지 않는 일은 일어나면 안 된다. 24학번 학생과 수험생, 그 학부모들, 정부, 대학, 교수, 사직 전공의들이 모두 모여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자리가 필요하다. 1박2일이면 결과가 나올 것이다.

-차기 의협 회장으로서 가지는 본인의 장단점은?

▲소통과 합리적 접근이 장점이다. 차기 의협 회장에게 필요한 역량이라고 본다. 지난 반년 동안 국민들과의 소통을 가장 많이 한 의료계 관계자 중 하나가 아닐까 자부한다. 또한 진료와 의대 교육, 전공의 수련의 현장에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을 진료하고, 의대생을 교육하며, 전공의를 수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무엇이 개선돼야 할지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다만 이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원가의 상황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등을 직접 겪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함께 일하게 될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으로 기존의 시스템을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시각도 있을 것이다. 이미 내부에 있던 분들은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충분한 소통을 통해 견해차를 좁혀 모두에게 보다 나은 방안을 찾아가자는 뜻을 가지고 있다. 비대위와 지난 9월부터 꾸준히 소통한 소비자단체는 이미 우리와 비슷한 결의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의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우리 국민의 건강은 우리가 지킨다는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바탕으로, 존중하고 연대해 보다 나은 한국 의료를 만들어 나가는 상생의 의협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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